일한지 1주년, 돌아보면 현타

회사를 그만두고 이곳에 이직한지 1년이 되었다. 그동안 참 매장 잘 일으켜보겠다고 열심히 살았다. 출근 오후 12시에 퇴근은 새벽 3시. 정말 미친듯이 내 일처럼 일했다. 오랜시간 열심히 하다보니 자연스레 매출은 올랐으며, 시스템적으로 안정화 되어갔다.

작년 6월 6일. 처음으로 현타가 왔다. 왜 남들 다 쉴 때 나는 일하는가? 주 6일에 매일 10시간을 근무했던 나다. 갑자기 억울하기 시작했다. 난 아직 해보고 싶은것도 많고, 해야할것도 많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타이밍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작년 말 후배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일하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참 기분 이상하더라. 열심히 살던 동생이었고, 곧 결혼한다고 술마시러 가끔 매장에 찾아오기도 했다. 연락은 자주 안했지만, 지금도 전화하면 받을 것만 같다.


오늘의 점심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피규어로 풀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닥치는대로 피규어를 샀다. 물론 지금은 약간의 후회가 생기기도 하다. 목표없이 무작적 싸그리 샀기 때문이다. 잡다한 것들을 다 사다보니 금액적으로도 무시 못할정도로 정신을 못차렸다.

목표있게 컬렉션을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텐데, 그냥저냥 잡식성으로 하니 그 피로도도 무시 못하더라. 그래도 피규어를 사고 택배를 받는 순간에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가 어느순간부터 택배 까는 것도 귀찮아졌다. 점점 피규어를 사면서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역시나 피규어가 내 허기진 마음을 달래줄 수 없었던거다.

일한지 1주년즈음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곡소리가 들린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매출 타격이 우리 매장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다. 직원들 일하는 시간을 점점 줄이며, 남겨진 직원들은 그들의 몫까지 다 챙기고 일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런걸까, 일을 관두고싶다는 직원들이 생겼다. 사실 요새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직원들에게서 현타를 느낀다. 최근 몇주간 일하기가 너무 싫었다. 동생같고 자식같아서 애정을 쏟고 얘길 해줘도 지나고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일을 관두면 그걸로 끝인거다.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직원들을 차라리 사무적으로 대하는 편이 좋다. 나도 똑같은 직장인인데, 내가 뭐 꼰대라고 맨날 잔소리를 하고 이러고 있는거냐. 살아가는 거 다 똑같은데 직원들에게 사장 마인드 갖으라고 말하는것도 전부 똥같은 소리다. 애초부터 버는게 틀린데 말이지...그렇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어제 사장 내외와 술을 곁드린 식사를 했다. 난 술을 많이 마셨다. 그러면서 일과는 상관없는 쓸데없는 말을 지껄였다. 지금 휴대폰으로 글쓰며 드는 생각은 사장과 일과는 상관없는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거다. 내면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일 이외에는 말을 아끼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그것은 힘든 세상 버틸 수 있는 존버의 지름길이다. 사심, 쓸대없는 말이 상대에게 피로감만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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