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접고 싶은 오늘
- 몰아서 보기/양소유
- 2025. 1. 9.
최근 갑자기 퇴사한 직원 퇴직금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내가 잘 알아보고 처신을 했어야 했는데, 감정이 격해져 어른답지 못한 행동 때문에 곤욕을 치뤘다. 당연히 내가 생각한 입장과 직원이 생각한 입장은 달랐다. 물론 줄 것은 줘야 되는 것이 맞다. 내가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다.
직원은 노동청에 찾아가 나를 신고했다. 당연하다. 본인의 권리를 찾아야 할테니까. (이후 나는 펼쳐지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지옥을 맛봤다.) 처음 노동청에서 연락을 받고, 신고 접수가 되었으니 감독관에게서 2~3주 내에 연락이 갈 거라는 말을 해줬다. 내가 했던 행동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바로 내 담당 세무사 쪽에 알아보니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하더라. 내 잘못을 깨닫고 바로 처리를 하려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23년 5월 갈 곳 없던 직원에게 운영하던 매장의 알바 일자리 마련 해주면서 함께 일을 했다. 생각해보면 일하는 내내 근태 문제도 그렇고 잦은 가불 뿐만 아니라 몇 주간 쉰 것까지 다 포함해서 당시 왜 난 이런 녀석을 끝까지 챙기려고 노력을 했는지... 왜 나는 미리 잘라내지 못했을까 라는 아쉬움이 크다. 장사한다는 놈이 썩은 가지를 쳤어야 했거늘..
직원이 퇴사한 시점이(24년 12월 12일) 당시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상황이 굉장히 짜증났다. 12월에 마침 타 매장 오픈 때문에 현매장을 신경을 쓸 정신이 없었고,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일반적인 회사처럼 몇 주 전 미리 퇴사 통보를 하고 마무리나 잘하고 가는 것도 아니고 3일간만 봐주고 갑자기 그만두겠다라는 사람을 어떻게 좋게 볼 수 있겠나.
지금까지 힘들게 일해준 직원에게 내가 퇴직금이 아쉬워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까짓 돈, 주면 끝날 일이다. 그냥 이런 앞 선 행동을 한 자체가 꽤씸한 거였다. 그 부분이 가장 컸다.
당시 직원은 '몸이 안좋고, 본인이 하고싶은 일이 생겼다.지금 자리가 마침 나서 내가 바로 가야한다' 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좋아하는 일 찾아서 간다고 축하한다고 말했다. 힘든 내색 안하고 바로 보내줬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안에선 이미 그 직원에게 속으로는 감정의 골이 생겼나보다. 그래서 이번 신고가 들어왔을 때 냉정하지 못하고 감정만 격해졌던 거 같다.
신고 전화를 받고난 후 매장 담당 세무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일들에 대해 질문을 하니, '노동부 감독관이랑 대화 나누다보면 속 터져서 아마 멘탈 깨질 수 있어요, 많은 사장님들이 (정신적으로) 그렇게 털렸습니다. 되도록 가지 마시고 협의로 풀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라고 하셨다. 그래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자 원만하게 대화를 나누고 퇴직금 지급을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이후, 멍청한 놈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라는 말을 통감하는 날들이었다.
나는 정신적으로 너무 괴로웠다. (이 직원에게는 이전부터 틈나는대로 술 사주거나, 사정이 어려우면 가불도 잘해줬으며,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고 해줬다. 퇴사 이후에도 조언을 해줬다. 이 직원은 돈 관리를 하도 못해서 걱정되는 마음에 1년간 예금 통장 만들어서 갖고 있다가 원금과 이자까지 포함해서 목돈을 챙겨서 준 적도 있다.) 이렇게 직원을 챙겨주다가..
뭐 직원이 받아야 할 퇴직금 입장도 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잘 아니까.. 나도 급여 관련해서 크게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앞으로 있을 내 인생에서 값진 경험으로 남겠지만, 이미 내상을 크게 입은 나는 매장을 접고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